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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당신의 자비가 제 안에 머물게 하소서.

서초동성당 | 2018.04.09 11:51 | 조회 83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사도4,32-35;1요한5,1-6;요한20,19-31

 

                       주님, 당신의 자비가 제 안에 머물게 하소서.

 

   지난 부활절 잘 지내셨습니까? 올해 부활 팔일 축제를 지내면서 무엇

을 깨달았습니까? 주님의 부활은 과연 나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으로,

못을 저질러 죽었던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려 주시질 않으셨습니까?”

(에페2,4)

   그렇습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한

의로운 일 때문이 아니라 당신 자비에 따라, 성령을 통하여 거듭나고 새로

워 지도록 물로 씻어 구원하신 것입니다”(티토3,5).

   그러므로 형제 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형제처럼 사랑하고 자비를 베풀

며 겸손한 사람이 되십시오. 악을 악으로 갚거나 모욕을 모욕으로 갚지 말

고 오히려 축복해 주십시오”(1베드3,8-9).

   오늘 복음을 보면,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찾아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이 얼마나 놀라운 예수님의 자비입니까?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

아가시자 제자들은 어떻게 하였습니까? 자신들도 예수님처럼 유다인들에게

붙잡혀 죽임을 당하지 않을까 염려되어 도망치거나, 다락방에 숨어 있질

않았습니까?

   그렇게 호언장담하던 베드로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번이나 배신하였습

니다. 이 얼마나 배은망덕한 제자들입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찾아오셔서 그들이 용서를 청하기 전에, 그들의

죄를 질타하지 않으시고 무조건 용서해 주질 않으셨습니까? 이 얼마나 감

사해야 할 주님의 평화입니까?

   성 요한 비안네(1786-1859)는 다시 죄를 짓게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

에 하느님의 용서를 의심하고 낙담하는 참회자들을 만났을 때, 그들에게

이렇게 조언해주었습니다.

   좋으신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십니다. 우리가 고백하기도 전

에 그분은 우리가 다시 죄지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시지만 용서하여

주십니다. 우리를 용서하시고자 훗날을 기꺼이 잊어버리시려는 하느님의

사랑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똑같은 잘못을 다시 지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심에

도 불구하고 우리의 죄를 기꺼이 용서해주시는 하느님, 얼마나 자비로우신

분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자비는 창조주와 구세주의 가장 놀라운 속성입니다”(교황

요한 바오로 2, 회칙 자비로우신 하느님’ 13). 따라서 하느님께서 우리

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가족과 이웃에게 자비를 베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마태18,33참조)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줄 수 있는 은총을

주신 만큼, 우리에게 잘못한 가족과 이웃이 있다면 그들의 잘못을 성령 안

에서 용서해주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6,36).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마태5,7).

   성 가밀로 데 렐리스(1550-1614)는 어느 날 병원을 찾아온, 한 불쌍한

환자를 맞이하는데, 성인은 그 환자 앞에 무릎 끓었습니다. 그 환자는 입

안에 역겹고 고약한 종기가 나 있어서 참을 수 없는 악취를 풍기는 사람이

었습니다. 그런데도 가밀로 성인은 그에게 거의 입이 맞닿을 정도로 매우

가까이에서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나의 주님, 나의 영혼이시여, 제가 당신을 섬기려면 무엇을 할 수 있습

니까?” 이렇게 가밀로 성인은 환자를 마치 그가 사랑하는 예수님이라고 여

기고 그들을 정성껏 치료해주었던 것입니다.

   또 성 요셉 베네딕토 코톨렌고(1786-1842)천주 섭리의 작은 집 수

도회를 설립하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 모든 이에게, 특히 말기환자와 중환

자에게 쉼터를 제공하였습니다. 성인은 그의 협력자들에게 이렇게 열정적

으로 가르셨습니다.

   가난한 이들은 예수님의 모상이 아니라 예수님입니다. 그들은 예수님

자신입니다. 가난한 이들이 모두 우리 스승이지만, 그들 가운데에서도 보기

에 혐오스러운 이들이 사실 우리의 가장 큰 스승, 참 보물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질 않으셨습니까? “너희가 내 형

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25,40).

   따라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과 이웃이 있다면 그들을 외면하지 말

,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함으로써 가족과 이웃이

그 고통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겠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2000 4 30일에 폴란드의 마리아 파우스티

(1905-1938) 수녀를 시성하면서 특별히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할 것을 요청하

였습니다.

   파우스티나 성녀는 자신의 사명이 하느님의 자비를 전하는데 있다는 것을 깊

이 인식하고, 오늘 배포해드린 이 기도를 드리면서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하였

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성녀처럼 매일 이 기도를 받치면서 하느님의 자비

를 가족과 이웃에게 베푸는 부활 시기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주님, 저는 완전히 당신의 자비가 되고 당신의 살아 있는 모습이 되고

싶나이다. 주님, 지극히 거룩한 속성인 당신의 가늠할 수 없는 자비가 저희

마음과 영혼을 통하여 저의 이웃에게 전해지게 하소서.

   주님, 제 눈이 자비로워지도록 도와주소서. 그래서 제가 결코 겉모습만

보고 의심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제 이웃의 영혼 안에 있는 아름다움을 찾

아 그들을 돕게 하소서.

   주님, 제 귀가 자비로워지도록 도와주소서. 그래서 제가 이웃에게 무엇

이 필요한지 마음을 기울이고 그들의 탄식에 귀 막지 않게 하소서.

   주님, 제 혀가 자비로워지도록 도와주소서. 그래서 제가 이웃에 대해 부

정적으로 말하지 않고 저마다 위로와 용서의 말을 하게 해주소서.

   주님, 제 손이 자비로워지고 선행으로 가득하도록 도우소서. 그래서 제

가 이웃에게 오직 친절만 행하고 제 스스로 더 힘들고 고된 일을 맡게 하

소서.

   주님, 제 발이 자비로워지도록 도우소서. 그래서 제가 저의 피로를 이겨

내고 제 이웃을 도우러 서둘러 달려가게 하소서. 저의 참된 휴식은 제 이

웃에 대한 봉사에 있나이다.

   주님, 제 마음이 자비로워지도록 도우소서. 그래서 제가 이웃의 고통을

느낄 수 있게 하소서. 제 친절을 남용할 사람들이라는 것 알지라도 저는

그들도 진심으로 대하겠나이다.

   그리고 저 자신을 가장 자비로운 예수 성심 안에 두겠나이다. 제 고통

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겠나이다. 주님, 당신의 자비가 제 안에 머물게

하소서. 아멘” (20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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