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RE:사순 제 2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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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일(가해, 서초동)
(창세 12,1-4ㄱ; 2티모 1,8ㄴ-10; 마태 17,1-9)
+ 찬미 예수님.
지난 한 주간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오늘도 서면으로 인사드립니다. 간혹 동네를 다니다가 반갑게 맞아주시는 교우분들을 보며, 하루빨리 성당에서 미사를 통해 뵙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요즘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아브라함이 하느님으로부터 처음으로 부르심을 받는 장면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아브람이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아브라함에게 하느님께서는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를 떠나, 당신께서 보여주실 땅으로 떠나라는 명령을 하십니다. 더불어 만일 그렇게 한다면, 하느님께서 늘 아브라함과 함께 계시면서 복을 내리실 거라는 약속도 해주십니다.
독서 말씀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이 말씀을 접하면서 아브라함이 부르심을 받았을 때, 무척 갈등을 느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유한 집안의 외아들이었던 아브라함에게는 이미 보장된 미래가 있었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재산과 많은 가축, 그리고 많은 종이 고스란히 그의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그것들을 포기하라고 하십니다. 그것을 포기하면 더 많은 것을 얻게 되리라는 약속을 해주셨지만, 사실 눈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살아가기에는 충분했던 그였기에, 그 부르심과 약속을 쉽사리 받아들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처음 만난 하느님의 약속을 믿고, 그분께 자신의 남은 생애를 온전히 맡기며 길을 떠납니다.
한편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당신의 모습을 가장 사랑하던 제자들에게 보여주십니다. 세상 어느 것보다도 밝은 모습으로 구약 시대의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고 일컬어지는 모세와 엘리야를 만나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며, 제자들은 그만 넋을 잃고 맙니다.
그때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은 베드로가 예수님께 말씀드립니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루카 17,4). 베드로는 영광스럽게 되신, 드디어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신 주님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런 주님의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예수님의 그 모습은 아직 세상에 온전히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 모습을 온전히 얻게 되기까지 주님께서 겪으셔야 할 수난의 여정을 받아들이기 싫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는 나오지 않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미 제자들에게 당신께서 그런 모습을 얻기 위해서 수난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셔야 한다는 사실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제자들은 그런 주님의 말씀을 두려워하거나 반발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라도 당신께서 영광스럽게 되신 모습을 잠깐이나마 보여주신 것이지만, 제자들은 마치 동전의 한 면만을 바라보듯, 수난과 고통은 제쳐두고 오직 영광만을 주목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아브라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않으셨더라도 세상에서 편하게 지내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의 마지막 유혹』이라는 책에 나오는 것처럼, 당신을 사랑하던 한 여자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평범하지만 인간적인 행복함을 누리면서 사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런 삶을 포기하시고, 아버지의 뜻을 따르십니다. 그 뜻을 따름으로써 누리게 될 영광을 이미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결국 오늘 말씀들을 통해,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금 나는 영원한 생명과 주님께서 베푸시는 영광이라는 가장 큰 선물을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 주간을 지내시면서, 나는 과연 무엇을 쫓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세속에서만 잠시 누리게 될 이익만을 추구하는지, 아니면 하느님께서 내게 주시려고 미리 마련해두신 갖가지 선물을 추구하는지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처럼, 세속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만을 따르려다가 나에게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을 잃게 되는 불행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순시기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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